누적 관객 457만 명. '명량'의 1,761만, '한산'의 726만이랑 나란히 놓고 보면 "어, 노량은 좀 아쉽네"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저는 이 숫자가 오히려 '노량'이라는 영화의 성격을 제일 잘 말해준다고 봐요. 이 영화는 애초에 많이 팔려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9년을 이어온 이 시리즈를, 가장 묵직하게 마무리하려고 만든 영화니까요. 저는 개봉하고 얼마 안 된 연말 휴가 때 가족이랑 같이 극장에 갔어요. 명절 분위기에 뭔가 다 같이 볼 만한 걸 찾다가 고른 거였죠. 근데 이게, 연말에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더라고요. 특히 그 유명한 마지막 해전이 시작되고부터는, 옆에 앉은 가족들도 저도 아무 말 없이 화면만 봤어요. 러닝타임이 짧지 않은데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 들 만큼 화면이 꽉 차 있었거..
전쟁 영화에서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 언제일 것 같으세요? 저는 오랫동안 그게 당연히 포탄 터지고 배가 뒤집히는 장면인 줄로만 알았어요. 화면이 요란하고 정신없어야 손에 땀을 쥐는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힌 게 2022년 여름이었어요. 그날 바깥 더위가 어찌나 지독했던지, 반쯤은 피서 삼아 극장에 들어갔거든요. 근데 웬걸, 저를 객석에 딱 못 박아둔 건 요란한 해전 장면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화면이 가장 조용해지는 순간이었죠. 한 지휘관이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다음 수를 하나하나 셈하는 그 짧은 찰나.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그 어떤 폭발 장면보다 숨이 막히더라고요. 아, 진짜 긴장은 시끄러움이 아니라 이런 고요함에서 나오는구나,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한산: 용의 출..
1부 누적 153만 명, 2부 144만 명.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의외였어요. 한국 영화가 이 정도 규모로 SF를 밀어붙였으면 사람들이 더 많이 봤을 법도 한데, 생각보다 조용히 지나간 느낌이었거든요. '왜 더 안 봤지?'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죠. 근데 직접 극장에서 1부, 2부를 다 챙겨 보고 나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흥행 숫자가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이야기가 좀 복잡하긴 해요. 시간대가 이리저리 넘나들고 인물도 많아서, 솔직히 보면서 '어, 얘가 아까 걔였나?' 하고 헷갈린 적도 있었고요. 근데 그 복잡한 걸 한국에서 이 정도 스케일로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보고 나면 은근히 대단하게 느껴지거든요. 흥행이 아쉬웠다고 이 시도까지 아쉬운 건 아니라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볼 때까지 한국 액션 영화에서 여성 두 배우가 중심을 잡는 장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23년 여름, 친구 손에 이끌려 들어간 영화관에서 그 편견이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514만 명이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514만이 고른 이유: 흥행분석으로 보는 밀수의 구조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밀수는 2023년 7월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약 514만 명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상위권에 안착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해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에서도 이 수치는 꽤 무거운 숫자입니다. 여름 성수기 시장에서 외국 대작들과 경쟁하면서도 이 정도 성적을 낸 데는 이유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흥행을 분석할 때 자..
'범죄도시 4'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 형사가 이번엔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등장합니다. 사건의 무대는 필리핀에 거점을 둔 IT 기반 범죄 조직으로, 이동휘 배우가 연기하는 총책 장동철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이번 편에서 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사이버 범죄(Cyber Crime)라는 소재였습니다. 사이버 범죄란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범죄 행위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으로 실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단순한 폭력 범죄가 아닌 이 디지털 범죄 양상을 시리즈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 4편을 이전 시리즈와 구분 짓는 핵심 변화라고 봅니다.마석도는 이번에도 복잡한 계산 없이 사건의 핵..
개봉 둘째 주 평일 저녁, 저는 별다른 기대 없이 작은 영화관 한 귀퉁이에 앉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이라고 하면 강렬하고 자극적인 화면이 먼저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그 예상을 조용히 비틀어 놓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2022년작 '헤어질 결심',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자 누적 관객 약 188만 명을 기록한 멜로 누아르의 줄거리와 명장면, 결말 해석을 정리합니다.줄거리: 의심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헤어질 결심'은 한 남자의 의문스러운 추락사에서 출발합니다. 부산의 베테랑 형사 장해준(박해일)이 사건을 맡으면서 사망자의 중국인 아내 송서래(탕웨이)를 용의자로 조사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가 차츰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의심과 끌림이 뒤섞인 그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