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 4'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 형사가 이번엔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등장합니다. 사건의 무대는 필리핀에 거점을 둔 IT 기반 범죄 조직으로, 이동휘 배우가 연기하는 총책 장동철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 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사이버 범죄(Cyber Crime)라는 소재였습니다. 사이버 범죄란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범죄 행위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으로 실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단순한 폭력 범죄가 아닌 이 디지털 범죄 양상을 시리즈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 4편을 이전 시리즈와 구분 짓는 핵심 변화라고 봅니다.
마석도는 이번에도 복잡한 계산 없이 사건의 핵심을 향해 직진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새로운 빌런 백창기 역에는 김무열 배우가 캐스팅되었고, 박지환·이범수·김민재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함께 출연합니다. 시리즈 팬이라면 익숙한 구조지만, 이번 사건 배경이 해외 거점 조직으로 확장된 덕분에 이야기의 폭이 한 단계 넓어진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마동석 액션과 김무열 빌런, 이번 편의 진짜 매력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강하게 반응했던 장면은 후반부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마석도의 정면 대결 시퀀스였습니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특수효과 없이, 묵직한 한 방으로 상황을 종결짓는 그 단순한 호흡이 객석에서 짧은 박수를 이끌어낼 만큼 강렬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프레임 내 공간 구성입니다. 영화 연출에서 프레이밍(Framing)이란 카메라가 피사체를 화면 안에 배치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좁은 공간을 선택한 연출은 마석도의 체격과 압박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이 단순한 선택 하나가 액션의 밀도를 극적으로 높입니다.
반대편에 서 있는 김무열 배우의 백창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전 시리즈의 빌런들이 과장된 광기에 기대는 방식이었다면, 백창기는 절제된 표정과 단호한 동선만으로 위협감을 만들어냅니다. 두 인물이 한 화면에 마주 서는 순간의 긴장감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캐릭터 대비(Character Contrast)란 서로 다른 성격이나 행동 방식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극적 긴장감을 말하는데, 이 작품은 그 대비를 꽤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박지환 배우가 연기하는 장이수의 능청스러운 코미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거운 장면과 가벼운 장면 사이를 오가는 그 리듬이 영화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가장 큰 힘이라고, 보고 나서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이야기 나누며 다들 같은 말을 했습니다.
범죄도시 4가 천만을 동원한 진짜 이유
2024년 4월 개봉한 이 작품은 누적 관객 약 1,150만 명을 기록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 시리즈 4편 연속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프랜차이즈 영화(Franchise Film)는 국내에서 이 시리즈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프랜차이즈 영화란 동일한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를 공유하며 시리즈 형태로 이어지는 영화군을 뜻하는데,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이 모델이 이 정도 규모로 안착한 건 '범죄도시' 시리즈가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흥행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마석도라는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축적된 신뢰감
- 매 편마다 새로운 빌런을 통해 만들어내는 변주
- 액션과 코미디 사이의 균형 잡힌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
- 가족 단위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접근성
톤 앤 매너란 영화나 콘텐츠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와 어조의 일관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시리즈가 오래될수록 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흥행의 핵심 요건이 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4편에 이르러서도 그 균형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도시 4가 남긴 메시지, 그리고 아쉬운 지점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묵직한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정의는 복잡한 셈법이 아닌 본분에 대한 정직한 태도에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마석도라는 인물이 관객에게 통쾌함과 위안을 동시에 안겨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단순한 메시지가 오히려 지금 시대 관객에게 더 강하게 닿는 것 같습니다.
다만 솔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전체 서사 구조가 이전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하게 반복된다는 비판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씨네 21의 비평 자료를 보면 일부 인물 묘사의 평면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는데(출처: 씨네 21), 제가 보기에도 빌런 이외의 주변 인물들은 다소 기능적인 역할에 머문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럼에도 IT 기반 범죄라는 새로운 소재를 시리즈 안으로 끌어들인 시도, 그리고 해외 거점이라는 공간 확장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자리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느껴졌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을 상쇄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개봉 첫 주말, 영화관을 나온 뒤 동네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어느 장면이 좋았는지 한참 이야기 나눴던 그날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엔 일과 가족 얘기로 잠깐 만나고 헤어지던 사이였는데, 그날만큼은 유독 자리가 길어졌습니다. 좋은 오락 영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한 자리에 모아두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범죄도시 5'가 나온다면 그 친구들과 또 같은 자리를 잡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이 시리즈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 — 누적 관객수 및 흥행 기록 https://www.kobis.or.kr
네이버 영화 — 작품 정보, 출연진, 제작진 정보 https://movie.naver.com
씨네 21 — 영화 비평 및 감독 인터뷰 자료 http://www.cine21.com
위키백과(한국어) — 영화 일반 정보 및 시리즈 흥행 기록 종합 참고 https://ko.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