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흥행 3억 2,700만 달러. 1995년 개봉작 치고는 나쁘지 않은 숫자죠. 근데 솔직히 이 숫자만 봤을 땐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냥 '그때 좀 흥행했나 보다'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 영화, 직접 보고 나니까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날도 딱히 뭘 보려던 건 아니었어요. 가족들 다 자고 저 혼자 늦게까지 깨어 있던 밤이었죠.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케이블에서 우연히 걸린 게 '세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이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더라고요. 그 눅눅하고 비 내리는 도시 분위기하며, 뒤로 갈수록 목을 조여오는 그 불길한 느낌하며. 그리고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 다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요..
아카데미 역사상 딱 세 번밖에 없었던 기록이 있어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색상을 한 영화가 싹 다 쓸어간 거죠. 그중 하나가 바로 1991년작 '양들의 침묵'입니다. 이런 대단한 이력을 가진 영화인데, 정작 저는 아주 우연히 만났어요. 그날도 별생각 없이 늦은 밤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장면에서 손이 멈췄는데, 그게 '양들의 침묵'이었습니다. 처음엔 '이거 뭐지, 좀 무서운데'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한니발 렉터가 화면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 아예 리모컨을 내려놨어요. 뭐랄까, 그 배우가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서 있기만 하는데도 화면 전체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달까요. 결국 그날 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학창 시절 어느 늦은 밤이었어요. 이번엔 친구네 집이 아니라 제 방이었는데, 주말이라 늦게까지 안 자고 TV를 켜둔 채 뒹굴거리고 있었죠. 그러다 케이블에서 우연히 걸린 게 이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완전 예상 밖이었어요. 무슨 대단한 액션이 나온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남자 둘이 차 안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장면이었거든요. 빈센트랑 줄스가 뜬금없이 '로열 위드 치즈' 햄버거 얘기를 주고받는데, 저도 모르게 슬금슬금 자세를 고쳐 앉고 있더라요. 별 내용도 아닌 대화인데 왜 이렇게 눈을 못 떼겠지, 싶었죠. 그때만 해도 타란티노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던 시절인데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이 감독 특유의 마력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의 그 이상한 몰입감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 '펄프 픽션'이 정확..
솔직히 저도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어요. '대부'라고 하면 그냥 총 쏘고 피 튀기는 갱스터 영화겠거니 했거든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날도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걔가 "이거 꼭 봐야 된다"라고 DVD를 걸길래, 반쯤은 마지못해 앉아 있었죠. 그런데 이게 웬걸요. 보다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영화가 전혀 아니더라고요. 총격전을 기대하고 봤는데, 정작 화면을 채우는 건 가족들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이나 조용한 대화 같은 장면이었어요. 근데 그게 이상하게 더 긴장되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죠. 이 영화가 사실은 총격전 이야기가 아니라, 한 젊은 남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지도 않던 자리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이야기라는 걸요. 처음엔 착하고 평범했던 그 청년이 조금씩 변해가는..
솔직히 전쟁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총소리 요란하고 뻔한 영웅담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했죠. 그날도 딱히 이걸 보려던 게 아니었어요. 학창 시절 어느 늦은 저녁에 가족들이랑 거실에 둘러앉아 그냥 TV 채널을 돌리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뭔가 심상치 않은 장면에서 아버지가 리모컨을 멈추셨는데, 그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습니다.그리고 그 유명한 도입부, 노르망디 상륙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거실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방금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가족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더니, 다들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더라고요. 화면 속이 너무 아수라장이라 무슨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달까요. 그 뒤로 두 시간이 넘도록 아무도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질 않았어요. 우리 가족이 TV 앞에서 그렇게까지 몰입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포함해서 5개 부문을 받고, 전 세계에서 4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 이렇게 써놓고 보면 '아, 엄청난 작품이구나' 싶죠. 근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보기 전까지, 그냥 화려한 액션 영화 한 편이겠거니 했어요. 상 많이 받았다길래 '뭐 볼거리는 확실하겠네' 하는 정도였죠.그 편견이 와장창 무너진 게 어느 주말 오후였어요. 딱히 뭘 보려던 것도 아니고, 그냥 소파에 늘어져서 TV를 틀어놨는데 마침 이 영화가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보다가 재미없으면 채널 돌리지 뭐' 했는데, 웬걸 한번 빠져드니까 채널을 못 돌리겠는 거예요. 결국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어요. 다 보고 나서 '내가 이 영화를 뭘로 봤던 거지' 싶어서 좀 머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