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 관객 457만 명. 명량의 1,761만, 한산의 726만과 비교하면 흥행 수치만 놓고 아쉽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숫자가 오히려 이 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요약한다고 봅니다. 노량은 처음부터 많이 팔리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9년의 시리즈를 가장 무겁게 닫으려고 만든 영화였으니까요. 저는 개봉 직후 연말 휴가 기간에 가족과 함께 극장에 앉아 그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냈습니다.
김윤석의 이순신, 그리고 야간 해전이 만들어낸 것
이 영화에서 제일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역시 김윤석 배우의 연기입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이미 최민식(명량)과 박해일(한산)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해 낸 바 있어서, 세 번째 이순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솔직히 극장에 앉기 전까지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이건 가장 조용한 이순신이다"였습니다.
카리스마(charisma), 즉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방향으로 이순신을 그리는 것이 기존 시리즈의 방식이었다면, 김윤석은 그 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여기서 카리스마란 단순히 외적인 강렬함이 아니라, 주변 인물과 관객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내적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격앙된 표정도, 큰 목소리도 없이 마지막 순간을 이어가는 그 절제된 호흡이 오히려 훨씬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 선택이 너무 밋밋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조용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 정서와 가장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후반부 야간 해전 시퀀스는 약 한 시간에 걸쳐 단일 시퀀스로 이어집니다. 시퀀스(sequence)란 영화 편집 용어로,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 단위를 형성하는 연속된 장면들의 묶음을 뜻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이 규모의 야전 해전을 끊지 않고 이어 붙인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저도 그 장면이 시작되었을 때 객석 전체가 한순간에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그 정적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야간 해전이 너무 길다는 비판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그 지점에서는 솔직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약 한 시간이라는 길이는 분명 관객에 따라 과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일부 전투 장면이 반복적으로 구성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야간의 어두운 수면 위에서 함대가 충돌하는 시각효과(VFX, Visual Effects)는 제 기대를 넘어서는 완성도였습니다. 여기서 VFX란 실제로 촬영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구현하는 영화 제작 기법을 가리킵니다.
영화의 흥행 기록과 관객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
이 영화에서 제가 인상적으로 본 장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김윤석의 마지막 명령 시퀀스: 절제된 표정과 호흡만으로 한 지휘관의 결심을 표현한 장면
- 야간 해전 개막 컷: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함대의 실루엣
- 시마즈, 진린, 등자룡이 각자의 시선으로 마지막을 바라보는 짧은 컷들의 교차편집
3부작의 균형과 이 영화가 선택한 시선
노량이 명량, 한산과 가장 다른 지점은 적군의 시선을 꽤 긴 시간 동안 진지하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사쓰마번 영주 시마즈 요시히로를 연기한 백윤식 배우와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을 연기한 허준호 배우가 단순한 조연이 아닌, 각자의 서사를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노량은 한 인물의 클로즈업보다 여러 인물이 동시에 화면을 채우는 구도를 자주 선택합니다. 미장센이란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영화 용어로, 화면 안의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세트, 소품 등을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선택이 이 영화를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한 시대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군상극에 더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어떤 분들은 그래서 오히려 이순신이라는 중심이 흐려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저도 그 지적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부 인물의 감정선이 다소 압축적으로 처리된 것도 사실이고, 특히 한국 측 부장들의 서사가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균형 잡힌 시선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더 어울리는 선택이었다고, 저는 여전히 생각합니다.
정재영 배우가 연기한 명나라 장수 등자룡의 경우, 대사 자체는 많지 않지만 존재감만으로 화면을 채우는 묵묵한 캐릭터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유형의 조연은 글로 읽었을 때보다 스크린에서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등자룡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평소 영화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으시던 아버지가 세 편의 이순신을 비교하며 한참을 이야기하셨던 것도, 결국 이 영화가 3부작 전체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소환할 만큼 완결된 무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 영화의 서사 구조와 완성도에 대한 심층적인 비평은 씨네 21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씨네 21).
결국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3부작을 어떤 기대로 이어왔느냐에 따라 꽤 다른 감상으로 갈릴 것 같습니다. 명량처럼 압도적인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고, 한산처럼 냉철한 전략극을 기대했다면 후반부 해전의 밀도가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9년에 걸친 시리즈의 마지막 한 편으로서, 전쟁의 마침표를 가장 무겁게 찍어야 한다는 감독의 결심 자체는, 영화 내내 또렷하게 전해집니다. 세 편을 이어서 보면 그 무게가 한층 더 진하게 쌓여 오는 작품입니다.
참고: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 — 누적 관객수 및 흥행 기록 https://www.kobis.or.kr
네이버 영화 — 작품 정보, 출연진, 제작진 정보 https://movie.naver.com
씨네 21 — 영화 비평 및 김한민 감독 인터뷰 자료 http://www.cine21.com
위키백과(한국어) — 영화 일반 정보 및 노량해전 관련 자료 종합 참고 https://ko.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