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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갱스터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에 큰 기대 없이 화면을 켰습니다. 그런데 학창 시절 친구네 거실에서 DVD로 마주한 그 영화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대부'는 단순히 범죄와 총격을 그린 영화가 아닙니다. 한 청년이 자신도 모르게 원치 않던 자리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어두운 사무실에서 시작된 첫인상 — 결혼식 장면이 남긴 것
처음 화면을 응시했을 때,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갱스터 영화라면 당연히 총성이나 추격 장면으로 시작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영화는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청탁을 받는 장면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 첫 5분이 저를 완전히 화면 속으로 끌어당겼고, 친구와 저는 자연스럽게 등받이를 뒤로 기댄 채 3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45년 뉴욕입니다. 코를 레오네 패밀리의 대부 비토(말론 브란도)는 딸의 결혼식 날, 찾아오는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자신의 권위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반면 막내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은 전쟁 영웅으로 귀환했지만 가족 사업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배우의 동선, 소품 배치 등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코폴라 감독은 결혼식 바깥의 화사한 햇살과 사무실 안의 어두운 조명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두 세계가 같은 공간에 공존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못 박아두었습니다. 제가 직접 몇 번씩 다시 돌려봤는데, 그 대비가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된 것인 줄 처음엔 몰랐습니다.
영화는 1972년 3월 미국에서 개봉해 당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각색상을 수상했습니다(출처: IMDb). 원작은 마리오 푸조가 1969년 발표한 동명 소설로, 코폴라 감독이 푸조와 함께 각색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교차편집이 만들어낸 충격 — 세례식과 거리의 대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세례식과 암살 장면의 교차편집 시퀀스는, 제가 그때까지 봐온 어떤 영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감각이었습니다. 한 아기가 세례를 받는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화면 밖에서는 적대 패밀리 두목들이 차례로 제거됩니다. 두 장면이 교차하면서 마이클이 새 대부로 즉위하는 순간을 완성합니다.
교차편집(cross-cutting)이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두 개 이상의 사건을 번갈아 이어 붙이는 편집 기법입니다. 쉽게 말해 "A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과 "B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두 사건의 긴장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코폴라 감독은 이 기법을 통해 종교적 성스러움과 냉혹한 폭력을 하나의 호흡 안에 묶어냈고,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가 마이클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제 경험상 이 장면만큼 영화의 메시지를 단번에 체감하게 해주는 시퀀스는 많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와 한참을 거실에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둘 다 마이클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 모호함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강한 힘이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갱스터 장르에 미친 영향은 영화 이론 차원에서도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사 구조와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주인공이 이야기 안에서 겪는 내면의 변화 곡선 측면에서, '대부'는 이후 수십 년간 범죄 영화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출처: IMDb). 캐릭터 아크란 주인공이 이야기 시작 시점과 끝 시점에 얼마나 다른 인물이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내러티브 구조를 말합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보거나 다시 보려는 분들에게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할 장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도입부 결혼식 사무실 장면 — 비토의 권위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조명과 구도를 함께 보세요.
- 소니 암살 장면 — 코를 레오네 패밀리의 붕괴 시작점으로, 마이클 변화의 방아쇠가 됩니다.
- 후반부 세례식·교차편집 시퀀스 — 이 영화 전체의 정서가 압축된 핵심입니다.
- 비토가 정원에서 손자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장면 — 말론 브란도의 연기를 조용히 응시해 보세요.
마이클의 변화가 전하는 것 — 이 영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저는 가끔씩 스스로 원치 않는 방향으로 어느새 걸어 들어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이상하게 마이클이라는 인물이 떠오릅니다. 그가 처음부터 대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 영화를 단순한 범죄 오락물과 다른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 영화를 작품상으로 인정했지만(출처: 위키백과), 개인적으로는 그 상보다 말론 브란도가 정원 장면에서 보여준 절제된 호흡이 훨씬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수식어 하나 없이 조용히 앉아 손자와 시간을 보내는 그 짧은 시퀀스가, 비토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을 가장 솔직하게 꺼내 보여줍니다.
영화의 호흡이 다소 길다는 비판에는 솔직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러닝타임이 175분에 달하는 만큼, 처음 보는 분들에게 체감 속도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느린 호흡이 마이클의 변화를 더 천천히, 더 깊이 따라갈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저는 단점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갱스터 영화를 잘 안 본다는 분들에게도 한 번쯤 꺼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는 결국 갱스터 영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이 원하지 않던 자리에 이르는가를 묻는 영화입니다. 그 질문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것이, 이 작품이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꺼내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참고: 네이버 영화 — 작품 정보, 출연진, 제작진 정보 https://movie.naver.com
위키백과(한국어/영어) — 영화 일반 정보, 원작 소설, 아카데미 수상 정보 https://ko.wikipedia.org
IMDb — 외국 영화 평점 및 작품 정보 https://www.imdb.com
씨네 21 — 외국 영화 리뷰 및 비평 자료 http://www.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