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전 세계에서 1억 9,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해 일본 흥행 1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입니다. 저는 한국 개봉 첫 주에, 늦은 저녁 시간대로 표를 끊고 극장에 갔어요.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날 밤 친구랑 한참을 이야기했죠. 주인공 호다카가 마지막에 내린 그 선택을 두고요. 사실 좀 논쟁이 붙었어요. 한 명은 "그 상황에서 누가 다르게 할 수 있겠냐" 하고, 다른 한 명은 "그래도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 하고요. 서로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는 걸 느끼면서, 아 이건 그냥 예쁜 로맨스 애니메이션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애니메이션 한 편 보고 나와서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옥신각신한 게 저는 좀 신기했거든요. 이 영화가 대체 어떤 질문을..
2016년 일본 극장가 1위, 한국에서만 373만 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이야기예요.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애니메이션 한 편이 이 정도로 사람들을 극장에 불러 모았다니,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싶었죠. 그 의심이 날아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극장에 앉아서 오프닝이 시작되는 순간, 그러니까 밤하늘에 별이 흐르고 음악이 딱 깔리던 그 첫 장면에서 저는 이미 마음이 반쯤 넘어가 있었거든요. 화면이 그냥 예쁜 정도가 아니라, 어딘가 그리운 느낌까지 들게 만드는 게 좀 놀라웠어요. 아, 사람들이 이래서 극장까지 찾아왔구나 싶더라고요. 이 영화가 대체 뭘 어떻게 그려냈길래 그해 극장가를 그렇게 흔들어놨는지, 시작하자마자 제 의심을 날려버린 그 힘이 ..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면 다들 포근하고 따뜻한 걸 떠올리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근데 '모노노케 히메'는 그 기대를 도입부 5분 만에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깨버리는 영화예요.제가 이걸 처음 본 건 친구네 집 거실에서 DVD로였어요. 지브리니까 당연히 훈훈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편하게 기대앉았죠. 근데 초반에 저주받은 멧돼지 신이 시커먼 촉수 같은 걸 마구 뿜어내면서 등장하는 장면에서, 저는 순간 숨이 턱 멎었어요. '어? 이거 내가 알던 지브리가 아닌데?' 싶었죠. 옆에 있던 친구랑 서로 쳐다보면서 "이거 애들 보는 거 맞아?" 했던 기억이 나요.이 영화는 1997년에 나와서 당시 일본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운 작품이에요. 근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한 번 봤을 땐 다 이해를 못 했어요. 뭔가 ..
1988년에 나온 '이웃집 토토로'는 지금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로고에 쓰일 만큼, 지브리 하면 딱 떠오르는 얼굴이죠. 그 통통하고 순한 회색 캐릭터,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근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어릴 때 처음 봤을 땐 좀 심심했어요. 이모 댁 거실에서 비디오테이프로 봤는데, 뭔가 대단한 사건이 빵빵 터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골에서 두 자매가 이런저런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라 어린 마음엔 '언제 재밌어지지?' 싶었거든요. 근데 어른이 되고 나서 우연히 이 영화를 다시 틀었는데, 이게 웬일이에요. 어릴 땐 심심하게만 느껴지던 그 잔잔한 장면들에서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는 거예요.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었다는 걸,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겠더라고요...
전 세계 흥행 2억 3천만 달러, 개봉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2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별로 안 놀랐어요. 왜냐면 이 영화가 사람 마음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저는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난 건 중학생 때였어요. 언니랑 거실에서 DVD로 봤죠. 그날 이후로 이 영화는 저한테 그냥 한 번 보고 마는 애니메이션이 아니었어요. 계절이 바뀔 때나 문득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이상하게 자꾸 다시 꺼내 보게 되더라고요. 특히 그 눈부시게 예쁜 배경 그림하며, 가슴을 콕콕 찌르는 음악 하며. 볼 때마다 매번 처음 본 것처럼 또 먹먹해지는 거예요. 언니랑 나란히 앉아서 엔딩에 같이 훌쩍였던 그 거실의 기억이, 지금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이..
전 세계 흥행 3억 9,500만 달러. 거기에 2002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2003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이 기록들을 새삼 다시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놀랐어요. 그냥 '유명한 지브리 영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숫자랑 수상 이력을 늘어놓고 보니, 이건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록을 새로 쓴 작품이더라고요.사실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만났어요. 처음은 초등학생 때였어요. TV에서 특별 편성으로 해주길래 별생각 없이 봤죠. 그때는 그냥 '신기하고 좀 무서운 만화'였어요. 얼굴 없는 그 검은 손님이라든가,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님이라든가, 그런 장면들이 어린 마음에 좀 오싹했던 기억만 나요. 근데 어른이 되고 나서 우연히 다시 봤는데, 이게 완전히 다른 영화로 다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