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만 믿고 편하게 앉았다가, 시작하고 4분 만에 눈물 쏟아본 사람.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2009년 여름, 저도 그중 하나였거든요.솔직히 그날 저는 '풍선 달고 하늘 나는 할아버지 이야기'라길래, 유쾌한 모험담을 기대하고 갔어요. 근데 웬걸, 초반에 그 대사 한마디 없는 짧은 장면 하나에 완전히 무너졌죠. 말 한마디 없이 음악만 흐르는데,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지나가더라고요. 영화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코끝이 시큰해져서 좀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옆자리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길래,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고요.피트 닥터 감독의 '업'은 2010년 아카데미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이랑 오리지널 스코어상을 함께 받았고,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
2007년에 개봉해서 전 세계 6억 2천만 달러를 벌고, 이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받은 작품이 바로 '라따뚜이'예요.저는 이 영화를 그해 여름, 초등학생 때 처음 봤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극장에 갔던 기억이 나요. 솔직히 그 나이엔 '쥐가 요리를 한다고?' 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웃긴 정도였죠. 근데 그날 이후로 저는 픽사라는 이름을 좀 다르게 보게 됐어요. 뭐랄까, 이 사람들은 그냥 애들 웃기려고 만화를 만드는 게 아니구나 싶었달까요. 쥐 한 마리가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그려낸다는 게 어린 마음에도 인상 깊었거든요. 특히 후반에 그 깐깐한 평론가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더라고..
픽사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만 믿고 편하게 앉았다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경험, 있으세요? 저는 2018년 1월 한국 개봉 첫 주에, 어머니랑 같이 '코코'를 보면서 딱 그랬어요.솔직히 그날은 어머니랑 가볍게 시간이나 보내자는 마음으로 극장에 갔어요. 화려하고 흥겨운 애니메이션이겠거니 했죠. 실제로 초반엔 음악도 신나고 화면도 알록달록 예뻐서 그런 줄로만 알았고요. 근데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결국 그 유명한 후반부 장면에선, 옆에 앉은 어머니도 저도 말없이 눈가를 훔치고 있었어요. 하필 어머니랑 같이 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가족이랑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 나란히 앉은 사람이 가족이면 그 울림이 배가 되거든요.'코코'는 2017년작으로, 전 세계 8억..
전 세계 흥행 8억 5천만 달러에, 2016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숫자만 보면 그냥 잘 나가는 흥행 블록버스터처럼 읽히죠. 근데 저는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런 숫자보다, 2015년 여름에 극장에 앉았다가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뭔가를 안고 나왔던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그날 저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픽사 애니메이션이니까 아이들이랑 봐도 좋을 유쾌한 영화겠지' 하는 정도였죠. 근데 그 마음이 도입부 10분 만에 깨지더라고요. 이 영화가 다루는 게 생각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였거든요. 사람 머릿속 감정들을 캐릭터로 풀어낸다는 발상부터가 신선했는데, 그게 단순히 귀엽고 재밌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슬픔이라는 감정도 사실은 필요하다'는, 어른한테도 쉽지 않은 이야기를 조곤조곤하고 있더..
솔직히 극장에서 눈물이 날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어요. 그냥 20년도 더 된 옛날 만화, 추억이나 한번 꺼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간 거였거든요. 근데 오프닝이 시작되고 채 2분도 안 돼서 벌써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 말이에요.2023년 1월, 한국 개봉 첫 주였어요. 옆자리엔 학창 시절 이 만화를 같이 돌려 읽던 친구가 앉아 있었죠. 하필 그 친구랑 같이 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시절 쉬는 시간마다 만화책 서로 먼저 보겠다고 다투던 기억이 스크린 위로 겹쳐지는데, 그게 참 묘하더라고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서, 한 작품이 이렇게 세월을 건너 다시 우리 앞에 온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그날 처음 몸으로 알았어요. 나이 든 건 우린데, 그 코트 위 아이들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울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어요. 2023년 3월, 한국 개봉 첫 주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었죠. 솔직히 그날 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냥 예쁜 화면에 판타지 모험담이겠거니 하고 편하게 앉아 있었거든요. 근데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뭔가 목이 자꾸 메어오는 거예요. 결국 어두운 극장 안에서 슬쩍 눈가를 훔치고 있더라고요. 옆자리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길래,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좀 안심했던 기억이 나요. 이 영화는 한국에서만 553만 명을 모으면서,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최고 기록을 새로 썼어요. 근데 이게 그냥 흥행이 잘된 판타지 로드무비였다면 그렇게까지 사람들 마음을 흔들진 못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