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보러 갔다가, 나올 땐 사회 비평 다큐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 혹시 느껴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2016년 2월 개봉 첫 주에 딱 그랬어요.그날도 조카가 보고 싶다길래 손 잡고 따라 들어간 거였어요. 토끼랑 여우가 나오는 귀여운 동물 만화겠거니 했죠. 근데 보다 보니까 이게 좀 심상치 않더라고요. 겉으로는 동물들이 사는 알록달록한 도시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은 거예요. 누군가를 겉모습만 보고 지레짐작하고, 소수를 향한 편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주 능청스럽게 그려내고 있었거든요. 옆에서 조카는 깔깔 웃고 있는데, 저는 혼자 좀 진지해져서 화면을 보고 있었어요. 이거 애들이랑 보는 영화 맞나 싶으면서도, 어른이 더 뜨끔한 영화구나 했죠.'주토피아..
2007년에 개봉해서 전 세계 6억 2천만 달러를 벌고, 이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받은 작품이 바로 '라따뚜이'예요.저는 이 영화를 그해 여름, 초등학생 때 처음 봤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극장에 갔던 기억이 나요. 솔직히 그 나이엔 '쥐가 요리를 한다고?' 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웃긴 정도였죠. 근데 그날 이후로 저는 픽사라는 이름을 좀 다르게 보게 됐어요. 뭐랄까, 이 사람들은 그냥 애들 웃기려고 만화를 만드는 게 아니구나 싶었달까요. 쥐 한 마리가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그려낸다는 게 어린 마음에도 인상 깊었거든요. 특히 후반에 그 깐깐한 평론가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더라고..
픽사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만 믿고 편하게 앉았다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경험, 있으세요? 저는 2018년 1월 한국 개봉 첫 주에, 어머니랑 같이 '코코'를 보면서 딱 그랬어요.솔직히 그날은 어머니랑 가볍게 시간이나 보내자는 마음으로 극장에 갔어요. 화려하고 흥겨운 애니메이션이겠거니 했죠. 실제로 초반엔 음악도 신나고 화면도 알록달록 예뻐서 그런 줄로만 알았고요. 근데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결국 그 유명한 후반부 장면에선, 옆에 앉은 어머니도 저도 말없이 눈가를 훔치고 있었어요. 하필 어머니랑 같이 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가족이랑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 나란히 앉은 사람이 가족이면 그 울림이 배가 되거든요.'코코'는 2017년작으로, 전 세계 8억..
전 세계 흥행 2억 3천만 달러, 개봉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2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별로 안 놀랐어요. 왜냐면 이 영화가 사람 마음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저는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난 건 중학생 때였어요. 언니랑 거실에서 DVD로 봤죠. 그날 이후로 이 영화는 저한테 그냥 한 번 보고 마는 애니메이션이 아니었어요. 계절이 바뀔 때나 문득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이상하게 자꾸 다시 꺼내 보게 되더라고요. 특히 그 눈부시게 예쁜 배경 그림하며, 가슴을 콕콕 찌르는 음악 하며. 볼 때마다 매번 처음 본 것처럼 또 먹먹해지는 거예요. 언니랑 나란히 앉아서 엔딩에 같이 훌쩍였던 그 거실의 기억이, 지금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