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짜리 영화라고 하면 저는 일단 겁부터 납니다. 극장에서 그 긴 시간을 끝까지 집중해서 본 적이 손에 꼽거든요. 중간에 한 번쯤은 시계를 보게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오펜하이머'는 달랐습니다. 2023년 여름, 개봉 첫 주말에 제일 큰 상영관에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 봤는데,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길, 저희 둘 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그런 침묵이었죠. 전 세계 흥행 10억 달러,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력에서도 손꼽힐 만한 성적입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박힌 건 그런 숫자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첫 핵실험 장면이 다가올 때, 그 넓은 객석 전체가 약속이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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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7. 0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