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자마자 그 결말을 두고 친구랑 다툰 적, 있으세요? 저는 딱 한 번 있어요. 2022년 여름, '비상선언'을 보고 나오던 그날 밤이었죠.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데, 저랑 친구 표정이 서로 좀 묘했어요.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 근데 그 결말 너는 어떻게 봤어?" 하고 입을 뗐죠. 근데 이게, 서로 생각이 완전히 다른 거예요. 한 명은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냐" 하고, 다른 한 명은 "아니 그건 좀 아니지 않냐" 하고요. 집에 가는 길 내내 티격태격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영화가 그렇게 관객을 편 갈라 싸우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이 그냥 흔한 재난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비상선언'은 누적 205만 명이 든 항공 재난극..
개봉 직후 평일 저녁, 저는 작은 영화관에 혼자 앉아 이 영화를 봤습니다. 재난 영화 한 편 가볍게 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가,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등이 서서히 굳어오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처음 떠오른 건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평범한 복도 풍경이었습니다. 같은 라인에서 자주 마주치던 분들의 얼굴이 그날따라 묘하게 낯설게 보였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줄거리: 재난 영화의 외피를 빌린 인간 우화'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23년 8월 엄태화 감독이 연출하여 개봉한 디스토피아 장르 영화입니다. 디스토피아(dystopia)란 현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극단적으로 투영한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개념으로, 흔히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으로 쓰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 설정은 단 하나의 아파트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