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개봉 당시 전 세계 흥행 22억 달러.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땐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인 돈이라기엔 너무 큰 액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실감을 통계가 아니라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얻었습니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타이타닉'을 보고 나오던 날이었습니다. 앞서 걷던 어머니가 출구 근처에서 걸음을 잠깐 멈추시더니, 손끝으로 조용히 눈가를 닦으시더군요. 그때 저는 어려서 그 눈물의 무게를 다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어른이 되고 나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날 어머니가 왜 그러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22억 달러라는 숫자는 결국, 어머니처럼 극장을 나서며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진 사람들이 전 세계에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더군요. '타이타닉'은 그냥 크..
솔직히 저는 《기생충》을 처음 볼 때 '이 영화가 나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올 줄' 몰랐습니다. 반지하 창문 너머 골목이 화면에 잡히던 그 첫 장면에서, 저는 예상치 못한 숨 멎음을 느꼈습니다. 한때 직접 반지하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 습한 공기와 낮게 깔린 시선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봅니다.반지하 경험이 만든 계급 연출, 일반적 해석과 제가 느낀 것의 차이 일반적으로 《기생충》의 핵심 장치로 '계단'과 '냄새'가 꼽힌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는 사실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됩니다. 반지하에 실제로 살아본 사람에게 계단이란 그냥 오르내리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지상으로 올라갈수록 빛이 늘어나고, 내려갈수록 습기와 냄새가 짙어지는 그 수직 감각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