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불이 꺼지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친구가 손등으로 눈가를 슥 훔치고 있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다가 말이죠. 개봉 첫 주, 평일 저녁이었습니다. 사람도 얼마 없는 상영관에 저희 둘만 나란히 앉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을 보고 있었죠. 그냥 가볍게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으로 고른 영화였는데, 라쿤 '로켓'의 지난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부터 웃자고 앉은 자리가 이상하게 먹먹해지더군요. 이 작품은 제임스 건 감독이 자신이 직접 키워온 시리즈에 건네는 마지막 인사입니다. 전 세계 8억 4,500만 달러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2023년 마블의 자존심이라 부를 만하죠. 그런데 정작 극장 문을 나서며 제 머릿속에 남은 건, 그..
예고편이 다 끝나고 스크린이 어두워지는 순간, 옆자리 친구와 눈이 딱 마주친 적 있으시죠. 굳이 말은 안 하지만 "드디어 시작이다" 하는 그 표정. 저는 2021년 12월, 개봉 첫 주말에 그 순간을 겪었습니다. 친구들과 큰 상영관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불이 꺼지자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조용해지더군요. 그날은 그냥 마블 신작 한 편을 보러 간 게 아니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스파이더맨이라는 이야기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러 간 기분이었죠. 토비 맥과이어부터 앤드류 가필드까지, 극장에서 스파이더맨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 '노 웨이 홈'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동창회 같은 거였습니다. 그 두근거림이 지금도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줄거리와 명장면 — 멀티버스가 열어젖힌 20년의 기억존 왓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