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로맨스 영화 없나 뒤적이다 보면, 꼭 한 번은 마주치는 제목이 있죠. 주변에서도 "그건 진짜 봐야 돼" 소리를 오래 들었던 작품. 저한테는 닉 카사베츠 감독의 2004년작 '노트북'이 그랬어요.제가 이걸 처음 본 건 학창 시절이었어요. 친구랑 DVD를 빌려다가 거실에서 봤죠. 솔직히 그때만 해도 '뻔한 연애 이야기겠지' 싶었어요. 근데 도입부 10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 보고 나서는, 제가 생각했던 그런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냥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뭐랄까,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에 가까웠달까요. 친구랑 둘이서 한참을 아무 말도 ..
그날 극장 앞 풍경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매표소 앞에 늘어선 줄의 절반쯤이 약속이나 한 듯 핑크색 옷을 맞춰 입고 있었거든요. 분홍색 원피스, 분홍색 모자, 심지어 분홍색 운동화까지. 영화 한 편 보러 온 게 아니라 무슨 축제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죠. 저도 그날 친구들과 그 줄 어딘가에 서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뭘 이렇게까지들 입고 왔지' 싶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는 전 세계 14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2023년 여름을 통째로 집어삼킨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두고 사람들 반응이 참 갈립니다. "그냥 인형 가지고 만든 가벼운 영화 아니야?" 하는 분도 계시고, "이건 한 시대를 제대로 건드린 작품이다" 하고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