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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둘째 주 평일 저녁, 한여름 더위가 막 정점을 찍던 날 극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하정우와 주지훈이라는 조합 자체가 궁금해서 간 거였는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가장 위험한 자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진한 동행을 만들어내는지, 그 질문이 집에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실화 기반 시대극이 택한 배경, 1980년대 베이루트

    '비공식작전'은 1987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납치가 발생하고 1년 넘게 사건이 미결로 남아 있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외무부 중동과 직원 민준(하정우)이 생존 단서를 쫓아 베이루트로 홀로 향하고, 현지에서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와 우연히 손을 잡게 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제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은 배경 설정 자체였습니다. 1980년대 베이루트는 레바논 내전(Lebanese Civil War)이 한창이던 시기입니다. 레바논 내전이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무장 분쟁으로, 종교·정치적으로 갈라진 다수의 세력이 도심 곳곳에서 충돌하던 시기를 말합니다. 그 혼란 속에서 민간인 억류와 외국인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실제로 여러 나라의 외교관과 기자들이 인질로 붙잡혔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는 이 역사적 맥락을 배경 설명 없이 관객 앞에 그대로 던져놓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낯설게 느껴졌던 거리 풍경과 무장 세력의 묘사가 사실은 매우 구체적인 역사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는 걸,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 낯선 공간이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갑자기 가까운 풍경처럼 다가오는 느낌, 저는 그게 이 영화가 가진 가장 독특한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누적 관객수는 약 105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 같은 해 여름 시즌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흥행 규모 자체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실화 기반 외교 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꾸준한 입소문을 탄 편에 속합니다.

    카체이스 시퀀스와 두 배우의 호흡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은 단연 베이루트 골목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스 시퀀스(car chase sequence)입니다. 카체이스 시퀀스란 자동차를 이용한 추격 또는 탈출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된 액션 단위를 말하는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이 영화는 정교한 시각효과(VFX) 대신 핸드헬드 카메라(handheld camera) 기법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핸드헬드 카메라란 삼각대 없이 촬영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는 방식으로, 흔들리는 화면이 현장감과 긴박함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냅니다. 좁은 골목을 낡은 차가 가로지르는 그 짧은 시퀀스가, 수십억짜리 세트 없이도 충분한 긴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이 두드러집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이 장면이 예상 밖으로 강렬했던 건, 화면이 요란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조용했기 때문입니다. 폭발이나 과장된 효과음보다, 두 배우의 거친 숨소리와 좁은 차 안에서 나오는 짧은 대사들이 훨씬 더 날카롭게 긴장을 전달했습니다.

    영화 중반부, 차 안에서 민준과 판수가 처음으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이 시퀀스에서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ensemble)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축입니다. 앙상블이란 영화나 연극에서 두 명 이상의 배우가 서로의 연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내는 호흡과 조화를 의미합니다. 외교관과 택시기사라는 전혀 다른 자리의 두 사람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처음으로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하는 그 결이,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씨네 21을 비롯한 영화 전문 매체에서도 두 배우의 앙상블을 이 작품의 핵심 미덕으로 꼽았습니다(출처: 씨네 21). 능청스러움과 절제가 교차하는 연기의 결합이 보기 드문 케미를 만들어냈다는 평가입니다. 김응수, 후지이 미나, 박혁권 등 조연진의 호흡도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연출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을 통한 현장감 극대화
    • 과도한 VFX 대신 배우 중심의 실감 연기로 긴장을 구축
    • 액션 시퀀스와 인물 간 감정선을 교차 배치하여 리듬감 형성
    • 후반부 귀환 비행기 장면처럼 정적인 시퀀스로 감정을 응축

    영화가 남긴 메시지와 솔직한 평가

    '비공식작전'이 단순한 구출극과 구분되는 지점은 인물을 영웅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내러티브(narrative) 측면에서 민준은 시종일관 두려워하고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의 결로 그려집니다. 내러티브란 영화나 소설에서 사건을 어떤 방식과 관점으로 풀어나가느냐 하는 이야기 구조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실화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물을 신화화하지 않는 이 시선이, 영화의 감정이 과장 없이 진하게 전달되는 핵심 이유라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영화는 귀환 장면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감동을 강요하는 음악과 클로즈업으로 마무리를 짓는데, '비공식작전'의 비행기 안 마지막 시퀀스는 그 반대였습니다. 음악도, 격앙된 연출도 없이 두 사람이 그냥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그 정적인 시간이 영화 전체의 감정을 한꺼번에 눌러 담았습니다. 이런 결말 처리 방식은 쉽지 않은 선택인데, 감독이 그 선택을 해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후반부 일부 전개가 다소 빠르게 압축된다는 비판에는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일부 인물의 서사가 평면적으로 처리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그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105만이라는 관객 수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진 않지만, 더 넓은 관객과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장 낯선 자리에서 가장 깊은 동행이 만들어진다는 이 영화의 시선은, 단순한 액션 영화의 결을 훌쩍 넘어선 울림을 남깁니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영화의 어떤 장면이 가끔씩 떠오르는 건, 아마 그 울림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두 배우의 호흡을 좋아하신다면, 혹은 실화 기반의 묵직한 이야기를 찾고 계신다면 충분히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접할 수 있으니, 시간 여유가 생길 때 한 번 마주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 — 누적 관객수 및 흥행 기록 https://www.kobis.or.kr
    네이버 영화 — 작품 정보, 출연진, 제작진 정보 https://movie.naver.com
    씨네 21 — 영화 비평 및 김성훈 감독 인터뷰 자료 http://www.cine21.com
    위키백과(한국어) — 영화 일반 정보 및 1986년 베이루트 외교관 납치 사건 관련 자료 종합 참고 https://ko.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