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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베이비박스라는 단어를 그저 뉴스 속 먼 이야기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개봉 직후 평일 저녁, 작은 상영관에 혼자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고 난 뒤 그 단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22년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중개인'은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입니다. 그 질문이 예상보다 훨씬 깊이 박혀서 오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관람 전 알면 좋은 중개인 관람 포인트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범죄 스릴러 쪽에 가까운 작품일 거라 막연히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면 장르 자체가 다릅니다. '중개인'은 내러티브 드라마(narrative drama)에 가깝습니다. 내러티브 드라마란 사건의 해결보다 인물 사이의 관계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중심축으로 삼는 영화 형식을 말합니다. 자극적인 반전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중반부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그게 이 작품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을 통해 이 영화를 끌어갑니다. 앙상블 캐스팅이란 단일 주인공 대신 여러 인물이 동등한 비중으로 서사를 나눠 짊어지는 방식입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까지 다섯 배우 모두가 각자의 자리를 정확히 채우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다섯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의 이야기'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그 균형이 얼마나 섬세하게 잡혀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관람 전 챙겨두면 좋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범죄 추적극이 아닌 로드 무비(road movie) 형식의 가족 드라마임을 미리 인지할 것. 로드 무비란 여정 자체를 서사의 구조로 삼아 인물 간 변화를 그리는 장르입니다.
    • 베이비박스, 미혼모, 입양이라는 소재를 단죄하는 방식이 아닌, 이해와 공감의 시선으로 접근하는 작품임을 염두에 둘 것.
    •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인 '어느 가족'과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며 감상하면 주제 의식이 더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송강호 배우는 이 작품으로 2022년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칸 영화제는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중 하나로, 남우주연상 수상은 작품 전체의 무게를 개인의 연기력이 온전히 받쳐냈다는 공식적인 인정입니다(출처: 위키백과). 제 경험상 수상 소식을 먼저 알고 보니 오히려 연기를 분석적으로 뜯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영화 안에서 그 연기는 '수상할 만하다'는 생각보다 그냥 자연스러웠습니다. 그게 더 대단한 점이었습니다.

    중개인 명장면과 영화가 남긴 메시지

    영화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명장면은 후반부 모텔 방 안에서 펼쳐지는 짧은 시퀀스입니다. 소영이 어두운 방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한마디를 건네는 그 장면입니다.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마주했을 때, 스크린 안에서도 정적이었지만 상영관 객석도 완전히 멈춰 있었습니다. 큰 음악도 없고, 격앙된 편집도 없었는데 그 감정의 밀도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이런 연출 방식을 미장센(mise-en-scène)이라고 부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의 조명, 배우의 위치, 소품 등 시각적 요소를 통해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 연출 기법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걷어내고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만 남겨두는 방식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비 내리는 관람차 시퀀스입니다. 다섯 인물이 함께 관람차에 오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는 객석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던 작은 한숨 소리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핏줄로 묶이지 않은 다섯 사람이 만드는 그 잠깐의 가족 같은 결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감동을 예상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그 감동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가족은 혈연이 아닌 함께 보낸 시간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주제는 고레에다 감독의 필모그래피 전반에 흐르는 일관된 시선이기도 합니다. 국내 누적 관객수는 약 124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대규모 흥행은 아니었지만, 이 숫자보다 입소문으로 오래 회자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오래 살아남는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후반부 일부 인물의 감정선이 다소 급하게 정리된다는 점은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를 영화 비평 용어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의 미완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캐릭터 아크란 영화 안에서 인물이 처음과 끝 사이에 겪는 내면적 변화의 궤적을 말합니다. 몇몇 인물의 아크가 앙상블 구조의 한계상 충분히 펼쳐지지 못한 채 닫힌다는 지적은 분명 타당한 비판입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온도와 시선만큼은, 제 경험상 이 정도로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한국 배경의 영화가 드물었습니다.

    '중개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날, 이 영화의 어떤 장면 하나가 불현듯 떠오르는 경험이 있다면 그게 이 작품의 진짜 힘입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그 관람차 장면을 꺼내 떠올립니다. 빠른 자극이 필요한 날이 아니라, 조용히 앉아서 사람을 바라보고 싶은 날에 이 영화를 권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 부담 없이 한 번 꺼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 — 누적 관객수 및 흥행 기록 https://www.kobis.or.kr
    네이버 영화 — 작품 정보, 출연진, 제작진 정보 https://movie.naver.com
    씨네 21 — 영화 비평 및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자료 http://www.cine21.com
    위키백과(한국어/영어) — 영화 일반 정보 및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관련 자료 종합 참고 https://ko.wikipedia.org